컵이 두 개ㅡ 아일랜드 식탁 위에 나와있었다.

에이쿠도 사람인만큼 정리에 적당히 느슨하고, 깔끔하지 않은 면모가 있다. 바에서는 서비스직이지만, 집에서까지 그러진 않는다는거 정도야 안다.

오늘은 한가한 일요일 오전, 미키야 자신은 언젠가부터 에이쿠네 집에 주기적으로 오는게 루틴이 되었다. 물론 활동기일 때는 바쁘긴 한데 오프주간에는 말 없이 미리 받아둔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어 들어가곤 했다. 녀석과 동거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이리 된건 도대체 뭔가 싶었다. 반대로 에이쿠에게 제 집 비밀번호를 알려줄까 했지만 찜찜해 알려주지 않았다. 너 이미 알고 있지, 라고 물으면 글쎄요? 라고 또 시치미를 뗄 것 같았다. 그러기에 매번 에이쿠는 미키야의 초대가 있을때만 미키야의 집에 왔다.

얌전한 척 구는 자식.

컵에는 말라붙은 흔적이 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에이쿠는 화장실에 있거나 아직 자는 듯 했다. 미키야는 컵을 들어 조금 더 관찰하기 시작했고, 냄새도 맡았다. 색과 향을 보아하니 분명 커피다. 캡슐커피머신으로 내린듯 하며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맛. 미키야의 머리 속은 빠른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를 데려왔군. 나머지 하나는 매번 에이쿠가 쓰는 잔이고, 자주 마시는 커피니까.

신발장에는 못 보던 신발이 없으니 그 누군가는 여기서 자고간건 아니란게 된다. 주방에 설거지 흔적이 없으니 저녁식사는 바깥에서 했고, 에이쿠는 상대를 초대해 집에서 함께 커피를 마셨다는게 된다. 사이좋은 담소 후 상대를 귀가하게 한다...

'...흠.'

어쩐지 필요없는데도 탐정같은 짓을 하고 있네, 라고 뒤늦게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것도 습관이 된 듯 했다. 에이쿠가 누굴 만나든 자신이 상관할게 아니다. 다만 이걸 내놓은건 또 무슨 꿍꿍이일까. 요즘 자신을 상대로 이런 수수께끼 내기는 하지 않는걸로 보였다만.

뭐, 상관없나. 미키야는 조용히 컵을 내려두었다. 여기서 멈춰버리는게 자신이 탐정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이 수수께끼는 풀지 않아도 된다. 매달려 풀 이유가 없다.

그의 사생활을 파고들지 않아도 자신은 자신이며, 그는 그이다. 이 명명되지 않은 사이는 변하지 않는다. 가만히 내려둔 컵을 보다가 변덕이 일어 싱크대로 가 둘 다 세척해 건조대에 올려두었다. 물방울 몇 개가 천천히 흘러내렸고, 그걸 바라보다가 미키야는 소매를 다시 내리며 숨을 내쉬었다. 그 때 방 문이 열리며 탐정이자 범인이 등장했다.

"선배, 왔어요?" "...그래. 뭐 좀 먹었냐." "아침은 걸렀고 점심은 파스타 만드려고요. 같이 먹죠." "오일 파스타 먹고싶어." "그럴까요. 장 보러 같이 나갈래요?"

에이쿠만 혼자 내보내고 그의 방을 뒤지는 충동이 한순간 떠올랐다. 하지만 미키야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가 쳐둔 거미줄이든, 수수께끼든, 체스놀이든 이제 됐다.

"그래."


결국 미키야가 그의 방을 뒤져 직접 알아내는 거 대신 택한 방법은 점심을 같이 먹으며 그에게 직접 교제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기였고, 예상한 정도의 대답이 왔다. 대답이라고 할수 있을까? 에이쿠는 그저 웃었다.

"눈썰미가 좋네요, 선배." "컵 두 개는 너무 적나라하다고 생각하는데." "치우려다가 깜빡한거에요. 어젠 저도 일이 많아 피곤했으니까요." "그래... 너라면 문제를 낼거라면 이거보단 어렵게 냈겠지. 하물며 학창시절때 읽은 요네자와*의 책에 이거보다 더 어려운 일상 추리가 나온다고." (*빙과의 작가. 소시민 시리즈에 사온 푸딩의 갯수에 대한 두 사람 사이의 일상 미스터리가 나온다. ) "문제 내주면 좋겠어요?" "아서라, 됐어. 조수는 휴업이니까."